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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아 공동체 건설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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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2-14 오후 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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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65

“ 동북아 공동체 건설의 과제”



1. 머리말


2005년 11월 한국의 부산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공교롭게도 금년
회의 주제가 “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 로 설정되어 있다. APEC
은 아시아태평양 지역내 자유무역과 투자를 증진하기 위해 창설된 협의체로서
필자가 이 논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동북아 지역 공동체 건설과는 그 목표와
성격상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하나의 공동체” 를 주제로
잡았다는 점은 지역통합이라는 세계적 흐름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동북아 역
내 정부들의 정책적 관심과도 무관하지 않다.
탈냉전기인 1990년대 들어 세계경제가 급속하게 통합되고 있는 가운데 지
역통합도 가속화되어왔다. 유럽은 경제공동체 (EC)를 넘어 유럽연합 (EU)이
라는 정치통합을 이루어냈고, 북미 지역에도 북미자유무역지대 (NAFTA)가
출범된 지 10년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에서는 수많은 통합 구상
과 약간의 실질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지역통합이 구체적으로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 지역질서 재구축에 있
어 결정적 영향력을 갖고 개입했기 때문에 동아시아 지역의 공동체 건설은 미
국에 의한 규정력이 일정 정도 위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년
에 들어 동남아지역에서 ASEAN 국가들간의 통합이 진전되고 있으며, 동북아
지역에서도 통합에 이은 공동체 건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공동체를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는 역내 거주민들이 보다 질높은 삶의
방식에 따라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지역체제의 건설이다.
동북아 지역에서 공동체 건설은 세계적 흐름에 대한 대응의 차원에서도 그
필요성이 있고, 실제 동북아 역내 국가들간에 무역과 투자 및 인적 교류가 날
로 늘어나고 있다는 차원에서도 되돌릴 수 없는 추세다. 동북아 역내 공동번
영을 꾀하고 안보위협을 원천적으로 제거한 가운데 항구적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건설이 역내 국가들의 우선적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다행
스럽게도, 한 중 일 삼국 정부가 공히 공동체 건설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정책적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 논문은 동북아지역에 공동체 건설을 위해 어떤 영역에서 어떤 과제를
어떤 방법으로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해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이
논문은 그런 목적 아래 동북아공동체 건설을 위해서 적어도 네 가지 영역 (경
제통합, 안보협력, 인프라구축 및 환경협력, 문화교류 및 지역적 정체성)을 검
토할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영역마다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를 제시
할 것이며, 추진의 일반적 원칙을 밝힐 것이다. 이 같은 분석과 논의는 정책
지향성을 띤 것으로서 한 중 일을 포함, 러시아, 북한, 몽골, 미국 등 동북아공
동체 건설에 관련되는 해당국 정책입안자들에게 이바지하게 되기를 바란다.
이 논문의 이론적 토대는 기능적 접근이다. 통합론은 일반적으로 기능적
접근을 벗어나기 어려운 성격을 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이 논문도 예외가 아
니다. 다만 이 논문은 한 중 일 삼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담론을 중
시해야 한다는 점을 주목하면서 담론적 접근에 대한 고려를 담아내고자 한다.
아울러 동북아에 온존하는 냉전구조의 영향력과 파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
다는 점에 유의하여 구조적 접근도 병행하고 있다.


2. 동북아 공동체 건설의 주요 영역들


1) 경제통합

지역 경제통합은 세계적 추세다. 그런데 동북아에는 아직도 경쟁, 협력, 통
합이 공존하고 있다. 각 국가간에는 산업에서 경쟁이 첨예하고, 자원이나 인
프라분야에서 협력이 일어나고 있으며, FTA 체결 등 통합도 일어나고 있다.
경쟁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볼 때 현재 동북아는 경제적인 차원에서 협력으로
부터 통합으로 나아가는 긴 과정에 돌입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동북아 지역
도 세계적 경쟁대열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서는 협력을 더욱 심화시키는 한
편 통합을 향한 정책들을 지속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사실 동북아 지역에는 이미 경제협력과 통합이 진행되어 왔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국가들은 경제구조의 상호보완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상호
협력을 통한 시장확대와 효율성 증대의 잠재력이 매우 높다. 1980년대까지
이들 국가들은 모두 세계 평균치 이상의 경제성장을 해왔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이 장기침체에 빠져 있지만 중국이 비약적 발전을 계속함으로써 동북아
경제권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
에서 동북아지역은 무역과 투자를 통한 경제통합이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평
가할 수 있고, 근년에 들어 그런 추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제 협력을 더욱
심화시키고 통합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때가 온 것이다. 한 중 일 경제협
력을 제고시키고 동북아 지역에서 우호적인 외교, 통상 환경을 제도화해나가
는 일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아울러 북한의 개혁 개방을 어떻
게 유도해서 동북아지역경제협력 속으로 참여시키며 러시아와는 어떤 분야에
서 협력을 이루어내야 하는지 구체적 방안과 더불어 실행 단계로 나아가야 한
다.
경제통합의 출발은 시장통합에서 찾아야 하며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는 FTA 체결을 동북아에서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일본, 중국, 한국
은 공통적으로 개방체제를 지향하며 세계시장에 대한 의존성이 강한 만큼 역
내 FTA체결을 통해 세계화에 대응해야 한다. FTA는 시장통합을 목표로 하
지만 다른 분야 협력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있다. 마침
한 중 일 3국은 FTA체결에 매우 적극적이며 이미 쌍무적 FTA 체결 정책을
추진해왔다. 일본은 한국과 ASEAN 국가들을 FTA 체결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한국은 칠레에 이어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했다. 중국도 ASEAN 국
가들을 우선시하고 있다. 한국은 노무현정부 들어 ‘ 동북아시대 구상’ 을 갖
고 한일 FTA, 한중 FTA뿐만 아니라 한 중 일 삼국을 아우르는 동북아 FTA
도 검토해왔다. 한일 FTA는 2005년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한중 FTA
와 동북아 FTA는 연구단계 막바지에 있다.
FTA 체결은 해당국의 산업구조나 발전 수준에 따라 국내적 반대를 야기해
왔다. 대개는 농업 분야에 미치는 파급이 문제가 되지만 발전 수준에 따라 특
정 산업분야에 미치는 파장이 있기 때문에 국내정치적 저항이 발생했다. 상
호보완성이 통합에 유리한 조건이 되기도 하지만 경쟁관계를 내포하고 있어
통합에 장애물로도 작용한다.
동북아 공동체 건설을 지향함에 있어 시장통합은 최종 목표가 아니라 하나
의 중간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FTA체결이 공동체 구축의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목적지는 아닌 것이다. 보다 넓은 의미의 경제통합은 역내 정치안보
적 안정성 확보, 지역협력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금융제도 건설, 통합수송망 구
축, 지역주의 정체성 배양 등이 동반되지 않으면 안된다. 유럽이 그랬듯이 동
북아에서 협력과 통합을 통한 공동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차원에서
의 실행이 수반되어야 한다.
경제협력과 관련하여 근년에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진 분야가 금융협력이다.
동북아 경제협력과 통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에 부합되는 개발금융이 필요
하다. 역내 개발 사업들의 자금 지원에 필수적이고, IMF에 버금가는 역내 금
융기구도 경제통합의 실질적 진전에 필수라는 점에서 역내 금융 기구 설립이
논의되어 왔는데, ‘ 동북아개발은행’ 방안이 가장 구체적인 안이다.
동북아 경제통합에 있어 중국의 적극성이 대단히 중요하다. 중국은 역내
방대한 시장이면서 거대한 공장으로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런
데 중국은 워낙 규모가 큰 국가이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경제발전의 지향성이
다르다. 필자는 중국 동북3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동북 3
성이 동북아 여러 협력 사업에 있어 차지하는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후진타오주석은 동북 진흥에 관심이 많다. 후진타오 주석은 동북지역
대개발을 통해 자신의 독자적 정체성을 찾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국
에도 지역간 균형발전에 대한 요구가 높고 국가가 이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
며, 실제 2003년부터 ‘ 동북3성 老공업기지 진흥’ 사업을 국가적 의제로 다
루어왔다. 동북 3성 관리들은 한국의 투자를 강력히 원하고 있고, 실제 투
자 잠재력이 있는 부문들이 있다.
필자가 중국의 동북 3성을 주목하고 후진타오체제의 동북 진흥정책을 중시
하자는 데는 이 지역이 북한과 밀접하게 관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의 접경 도시 단둥은 현재 북중간 제반 교류의 창구 도시로서 기능을 하고 있
다. 나선 (나진 선봉)은 두만강 방면의 중국 창구로서 새롭게 위상을 찾아나
가고 있다. 동북아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북한이 열려야 하며, 북한이 열려야
한반도와 중국이 육로로 연결되고 한반도가 유라시아로 연결되는 동북아시대
비젼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이 중요하고 동북 3성이 각별한 의
미를 갖는 것이다. 북한문제가 해소되어야 동북아 지역에 정치적 안정이 오
며, 정치적 안정이 있어야 경제적 번영을 추구할 수 있다.

2) 평화와 안보협력

동북아는 남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을 포함하는 지역으로 국제정치적
으로 매우 역동적인 지역이다. 동시에 이 지역은 안보적으로 많은 갈등요인
을 잠재하고 있다. 동북아지역에서의 갈등요인들은 첫째, 미국의 동북아지역
에 대한 적극적인 ‘ 개입과 확대전략’ (engagement and enlargement
strategy)의 추진, 둘째, 미국•일본•한국간의 3각 군사협력체제의 강화를 통한
미국의 지역패권 추구와 이에 대한 중국•러시아•북한의 민감한 반응, 셋째, 일
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과 주변국가들의 우려, 넷째, 북한의 체제위기와 핵•미
사일 개발 등으로 인한 주변국가들과의 갈등 등을 지적할 수 있다.
동북아질서는 소련의 붕괴 이후 안정적인 신질서의 미형성, 식민지배와
냉전 역사의 미청산에 따른 불신과 경계, 북한의 체제적 불안감과 그에 따른
공격적 행태, 일본의 우익화 경향 등으로 매우 유동적이고 불안정하다. 그 밖
에 생태적 위협, 마약•인권 문제와 같은 비군사적 안보위협도 증대되어가고 있
다. 이와 같이 ‘ 공동의 이익과 혐오(common interests or aversions)의 범
주가 확대되어가면서 동북아에는 다자간 협력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강력한 유인이 발생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
되기 전에 동북아에서 다자간 안보협력체제가 구축되어 활성화하면 동북아의
다자안보협력이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에 순기능 역할을 할 것이다. 그동안 동
북아에서 다자간 안보협력이 어려웠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남북분단체제의 지속과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질서를 해체하지 못했
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이후 남북화해가 진전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남북한
간에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이뤄내지 못했고, 북미간 적대관계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동북아 역내 국가들 사이의 안보협력은 쉽지 않은 것이다.
특히 북한은 다자안보협력에 관심이 없으며, 군사안보문제를 미국과 우선 해
결하기를 원하고 있다.
둘째, 동북아에는 세계적인 군사강국들이 집합해 있어 상호경쟁을 지속하
고 있다. 평화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군비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동북아가
점차 화략고로 변해간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군사강국들 사이에 긴장을
완화시키고 군축을 촉진시킬 안보대화체제가 없어 군비경쟁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동북아 국가들은 다자주의 보다는 양자주의를 선호하고 있다. 일
본은 미일동맹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으며, 한국도 한미동맹 의존도가 높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북한은 중국과
혈맹관계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다. 양자주의가 극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자
안보협력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동북아의 다자안보협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남북한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하겠다. 한
반도에서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의 주요 국가들이
동북아지역 내 안보문제로 관심을 확대하게 될 것이다.
동북아 공동체 비젼은 역내에서 공동번영을 실현하면서 안보위협으로부터
해방되는 평화공동체를 중요한 내용으로 삼고 있다. 평화야말로 공동번영의
정치적 기초이자 보편적 가치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한국이 북핵
문제로 인해 심각한 안위의 위협을 받고 있는 당면한 현실을 반영하는 차원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체제를 구축해야한다는 당위와 함
께 21세기 벽두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는 테러와 전쟁에 대한 인류사적 관심
의 반영이라는 깊은 사려가 담겨 있다. 갈등과 긴장, 폭력과 대항폭력, 불신
과 적대의 악순환을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 대화와 통합의 선순환을 이끌어내
야 하는 것은 한반도의 과제이자, 동북아의 과제이며, 더 나아가 세계적 과제
이기도 한 것이다.
그 같은 악순환은 분단국인 우리에게 가장 위협적이며 따라서 가장 절박한
문제를 제기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선 노무현정부는 문제를 한반
도에 국한시키지 않고 지역적이고 국제적인 층위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화라는 화두가 예사로운 성격이 아닌 것이다. 분단국에서 평화의 발신음을
높이 쏘아 올린다는 점이 의미있는 일이고, 한반도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동북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없고, 동북아에 평화가 없는 데 세계질서가 안정
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통한 한반도 평화 창출과 공고화
는 반드시 이루지 않으면 안 될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핵문
제의 평화적 해결 과정에서 국제적 대화의 레짐을 제도화시키는 노력이 병행
되어야 하며 그런 대화의 틀을 동북아안보협력체제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사
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분단된 한반도가 동북아 평화의 허브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은 이래서 가능한 것이다. 한반도가 자신의 갈등과 긴장을 해소하는 과
정에서 동북아 역내 평화의 가교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결과 동북아에 평화공동체가 실현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냉전
시대의 제로섬적인 국가안보로부터 새로운 동북아 시대의 협력적 국제안보를
구축하기 위하여 남북한을 포함한 역내 국가간의 ‘ 공동안보’ 를 실현시키는
중장기적 안보협력 프로그램을 펼쳐나가야 하는 것이다. 유럽에서 성공한 것
을 동북아라고 실현시킬 수 없다는 사고는 현상유지를 통해 이득을 보는 세력
의 것이지 평화지향적 세력의 사고가 아니다.
현재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틀로 6자회담이 마련되어 있다. 6자회담이 성사
되었다는 것은 동북아에 다자주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안보문제를 다자주의 틀로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6자회담은 효율성이 높은 대화틀은 아니다. 하지만 동북아에서 다
자주의 안보틀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의의를 갖는다. 6
자회담을 발전시켜 동북아다자안보협의체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방안을 관철하
는 노력이 필요한데 한국정부내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가 많다.

3) 인프라 구축과 환경분야 협력

필자는 동북아 관념을 사용했을 때 지리적 범주 문제도 중요하거니와 어떤
분야인가라는 차원도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리고 동북아 관념을 사용할
때는 인프라와 자원 및 환경 분야를 포착하기 때문에 그 의미가 각별하다고
주장해왔다.
동북아지역에는 냉전에 따른 긴 단절의 역사가 있었다.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는 하나의 지역이 냉전구도에 따라 분할되어 교통과 교류가 단절되었다.
냉전 이전에 구축되어 있었던 교통, 물류망은 오랜 단절로 노후화해 일대 현
대화 작업을 필요로 하고 있다. 탈냉전 프로세스는 안보분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교통, 운송, 물류 분야에도 해당되는 문제다.
세계적 냉전종식과 함께 단절된 대륙축과 해양축이 연결되고 있지만 그 속
도가 결코 빠르지 않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역내 경제통합의 속도와 교류
에 비추어 교통, 물류 부문의 협력은 매우 지체되어 있다. 이는 경제협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1990년대에 들어서 구사회주의권 국가들의 체제
개혁과 개방기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대외경제관계가 자유화, 다변화되
어 교통망 구축이 보다 현실적인 요구사항이 되었다. 다행히 역내 국가들이
한결같이 이 분야에서 협력하여 교통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고,
실제 여러 구체적 방안들이 연구되거나 실천 단계에 들어가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다른 운송부문과 달리 동북아의 철도운송은 가장 낙후되어 있
을 뿐만 아니라 남북한간 노선 단절, 일본과 대륙철도와의 단절 등 여러 문제
로 인하여 역내 수송망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남
북관계의 개선으로 TKR 연결이 본격화되고, 과거 첨예한 이념적 대립으로 실
현되지 못했던 TSR과 TKR 연결이 최근 동북아시아의 환경변화에 따라 매우
유망한 협력 프로젝트로 급부상함에 따라 향후 중장기적으로 철도수송은 동북
아 통합운송시스템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동북아 통합운송망 구축에 있어 가장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역시 지역을 초월하여 범세계적인 운송망을 구축할 수 있는 아시아 횡단 철도
망의 구축사업이다. 특히 러시아, 중국, 몽골, 그리고 한반도를 잇는 아시아
횡단철도 북부 노선망의 구축이 동북아지역의 통합운송 시스템의 실현을 도모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사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업은 역시 남북한종단철도를 복원하고 이를
TSR, TCR 등 대륙철도망과 연결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것
이 전제되어야만 대륙의 철도망과 하나로 연결되어 그야말로 통합적 운영이
가능하게 된다. 이와 관련 러시아와 한국은 한반도종단철도(TKR)를 복원하
고 이를 TSR과 연계하여 아시아횡단철도(TAR)의 북부노선을 완성하자는 구
상을 제기하게 되었다. 이미 이러한 구상의 단초는 1991년 10월 6일 모스크
바에서 체결된 한국과 러시아간 철도협력 의정서에서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
구상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1996년 제52차 ESCAP 회의 중 개최된 인프
라 각료회의에서 42개국이 아시아횡단철도 구축을 위해 남북한종단철도
(TKR)를 복원하는 데 최우선적으로 노력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난 뒤부터
이다. 이어 1997년 가을 모스크바 회의에서 ESCAP이 북한 측에 TKR 복원
계획안을 전달하였고, 여기에서 TSR 활성화 계획에 연관된 국가들이 이 문제
를 논의하였다. 그리고 2000년 6월 남북한 정상이 경의선 철도 복원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TKR과 TSR의 연결은 보다 가시화되었다. 이후 러시아 정부가
남한과 북한 사이를 오가며 펼친 지속적인 ‘ 개입정책’ 의 결과 TKR-TSR
연결에 남•북•러 삼국이 공동 협력한다는 원칙적 합의에 이르게 되었고, 마침
내 2002년 9월 18일 남과 북이 동시에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공사
착공식을 갖게 되었다.
동북아 경제통합의 관점에서 TKR-TSR 연결이 갖는 의미는 명확하다.
그것은 동북아 경제협력의 최대 걸림돌인 남북간의 긴장을 해소하고 불신의
벽을 허물어버림으로써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그로써 경제협력의 최우
선적 전제조건인 정치적 신뢰를 증진시키는 계기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동북
아 경제협력 활성화에 있어 결정적 변수라 해도 과언이 아닌 북한의 개혁•개
방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며, 이로써 동북아 경제협력의 두
권역, 즉 ‘ 환동해경제권’ 과 ‘ 환황해경제권’ 의 접합지역인 한반도의 통합
적 발전을 통해 비로소 완전한 의미의 동북아 경제협력의 ‘ 지리적 토
대’ (geographic referent)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TKR-TSR
연결이 성사되면 ‘ 철의 실크로드’ 가 지나가는 관련 국가들의 물류 비용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 몽골, 북한 등의 저렴하고 풍
부한 천연자원과 노동력, 한국, 일본 등의 기술력과 자본이 결합된 동북아 경
제권의 구축이 촉진될 것이다.
다음으로 동북아 공동체 건설에 있어 자원 협력도 매우 중요하고 현실성이
높은 분야다. 이라크 전쟁을 포함 지금 전세계적으로 석유를 위시한 자원전
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21세기 치열한 자원 확보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동북아 역내 에너지 및 환경협력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중
국은 그 성장의 속도로 보아 앞으로 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며, 한국
과 일본도 에너지 자원 조달 다원화 및 에너지 형태의 청정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를 위해서는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에너지 협력 사업들을
벌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기실 동북아라고 했을 때는 러시아가 그 인식
론의 구도속에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는데 바로 이같은 자원 협력 분야에서 러
시아의 위상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극동 러시아에는 풍부한 원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다. 이를 개발하여
역내에 조달하는 그런 협력사업은 러시아에게 이로울 뿐만 아니라 이에 참여
하는 모든 국가와 자본에게 이득을 주는 그런 윈-윈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에너지협력사업은 시급하게 추진하지 않으면 안될 이유와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다. 현재 미국은 압도적 군사력을 지렛대로 삼아 중동뿐만 아니라 중앙아
시아 여러 지역에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데, 그 주된 동기
가 에너지와 관련되어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대해서도 대응을 해나가지
않으면 미국의 일방주의를 방치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동북아 자원협력 분야
에는 시급하고도 구체적인 사업들이 전개되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대체로 동부시베리아와 사할린 지역의 원유나
천연가스를 개발해 국가간 운송관 건설을 통해 에너지 자원의 협력을 추진하
자는 방안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제안되거나 검토 및 추진 단계에 들어
있는 방안이 여럿 있다.
한반도에 연관되는 방안들을 크게 나누어 보면 두
갈래인데, 한 갈래는 시베리아에서 중국을 거쳐 한반도의 서해로 해서 인천까
지 연결하는 방안이고, 다른 한 갈래는 사할린에서 극동러시아를 거쳐 한반도
동해안 (북한을 경유해)까지 가스 운송관을 건설하는 방안이다. 구체적 방안
들에 대한 세세한 논의는 이 논문의 범주를 벗어나는 일이지만 한가지 분명히
강조해야 할 점은, 이 문제에 관해서도 북한을 반드시 사고의 지평에 포함시
켜야 한다는 것이다. 즉 동북아 에너지 협력사업에 북한을 포함시키자는 것
이며, 그것이 북한의 개혁•개방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구체적 사업을 추진하
자는 것이다.
북한핵문제를 비롯해 북한의 총체적 위기는 어떻게 보면 북한이 겪어온 에
너지난과 직결되어 있다. 북한의 에너지난이 해소되지 않으면 핵문제는 근
본적 해결이 어렵다. 북한이 전력난을 겪는 한 발전소 건설을 명분으로 내세
워 핵프로그램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항을 겪고 있는 금호지구의 경
수로 건설사업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농업의 부활이나 산
업의 재건 역시 에너지난이 해소되어야 그 실마리가 잡힌다.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 특히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에게 이 문제 해결에 대한 강력
한 메시지 덕택에 추진되고 이루어졌다는 개연성이 있는데 김대중정부의 역량
상 북한 전력문제를 접근할 수 없었다. 북핵문제가 다자간회담을 통해 해결
되는 과정에서 북핵 포기의 대가로 북한의 체제 보장과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
원이 마련된다면 후자의 핵심에 북한에너지난 타개의 근본적이고도 구조적 방
안이 위치지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북한당국은 총체적 위기를
타개할 수 없으며, 비록 미국으로부터의 공격이 없더라도 체제 유지가 구조적
으로 어렵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북한당국은 다시 핵프로그램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사용은 환경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동북아 지역은 현재 세계경제의
중심축을 이루며, 특히 개발이 활발한 지역이다. 지역이 경제적으로 역동성을
가진 만큼 환경문제가 의도하지 않은 주요 이슈로 등장하고 있음은 많은 분석
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바다. 화석연료(fossil fuel)의 과다한 사용에 따른 대
기오염은 이미 한 국가내의 문제가 아니라 역내 문제로 확대되어 나타나고 있
다. 중국 동북 지역과 북한이 과다하게 사용하는 무연탄과 갈탄은 역내 산성
비를 유발시키는 데 이 역시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역내 공통의 문제로 부
각되고 있다. 이것이 중국 내륙과 몽고에서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는 사막화
에서 비롯된 황사 문제와 겹칠 때 역내 거주민들이 겪는 공해 피해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중국은 현재 ‘ 세계의 공장’
(global factory)이라는 찬사 겸 비난의 대명사가 되고 있을 만큼 전국적으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문제이면서
동북아의 문제이며 전지구적 문제이기도 하다. 동북아 역내 환경문제를 심각
하게 다루지 않는 동북아시대란 정말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동북아시대
론이 이 같은 역내 생태환경문제까지 보듬어내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지고 인
류보편의 비전으로 승화될 수 없는 것이다.
환경문제를 완전하게 반전시키기에는 현실적 여건이 아직 미숙하다. 개발
과 성장 노선을 되돌릴 만큼 동북아지역의 발전수준이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
이다. 그렇다고 해서 21세기의 화두인 생태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 지속가능한 발전’ , 즉 개발과 환경보존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동북아지역에서도 심각하게 제기되어야 마땅하다. 그것은 결국 에너지
사용과 환경문제의 연관성 문제로 귀결된다. 따라서 동북아에너지협력사업을
환경협력사업과 불가분의 관계로 설정하면서 추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는 논리가 설득력을 갖는다.
동북아에너지협력사업의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되어 있는 극동러시아 가스
개발과 파이프라인 건설에 의한 역내 소비는 곧바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담아내는 사업이다. 청정에너지에 속하는 가스 개발 및 조달 사업이기 때문
에 동북아지역에 새로운 현안으로 등장한 역내 환경문제에 이바지하는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환경협력 사업들도 부가적으로 펼쳐야 한다. 정
부간 차원의 기존 회의들을 활성화하고 제도화시킬 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에
서 진행되고 있는 매우 다양한 환경 관련 교류, 대화, 포럼, 네트워킹, 구체적
사업들을 활성화시키고 체계화되도록 해야 한다.
4) 문화교류와 지역적 정체성
동북아에는 한 중 일 삼국만 하더라도 민족주의와 국가주의가 매우 강해 지
역주의 정신을 높이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상호불신과
인식의 격차가 넓고도 깊게 자리잡고 있다. 역사적, 이데올로기적, 정치적 배
경이 작용하고 있으며 청산되지 않은 채 재생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사회문화적 교류를 활성화하고 제도화하는 것으로 극복할 수밖
에 없다.
동북아공동체는 동북아 지역주의와 ‘ 문화적 정체성’ 이라는 아교 (bond)로
접착되지 않으면 건설될 수 없다. 공동체를 건설할 당사국들이 일국적 틀에
매여 사고하고 행동하면 지역공동체 건설은 헛된 꿈에 불과하다. 유럽의 경
우처럼 ‘ 하나의 동북아’ 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 교감하고 화해하는 문
화”
라는 강력한 지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문화적 교감과 정서적 화해가
이루어져야 평화와 공동번영의 가치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의 지역적 정체성은 역내 주민들간의 상호소통과 문화적 교류가 활발해져
야 확보될 수 있다. 상호소통, 증대된 교류와 접촉을 통한 교감의 제고를 꾀
하되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힘을 갖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즉 화이부동 (和而不同)이거나 혼성적 정체감인 것이다.
한 중 일 삼국간에는 활발한 접촉과 교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배타성과
상호불신이 상존한다. 이 배경에는 냉전구조의 온존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더
불어 보다 구체적인 현실 이슈들이 자리잡고 있다. 냉전구조에서 탈냉전구조
로의 전환은 역내 국가들의 역량 제고에 따른 자립적 노선 선택을 향한 과감
한 결단을 요구하는 과제로서 일본을 위시한 역내 국가들의 공통 과제다. 탈
냉전을 가속화시켜 평화와 공존의 노선으로 나아가느냐 현상을 관리하면서 적
응해가느냐는 학술적 분석과 도덕적 선택 및 정치적 실행이 복합되어야 할 난
제로서 한 중 일 삼국이 깊이 고민해야 할 숙제다. 현재 일본은 국내적 정치
경향이 평화노선에 우호적이지 않고, 한국은 북한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중국은 안정적 성장이라는 국가목표 때문에 역내 큰 과제에 대해 전
향적 자세를 취하는 데 일정한 제한점을 갖고 있다.
역사문제와 영토문제는 대단히 민감한 이슈들로서 잠재된 갈등이 표출되면
그 파장이 매우 크다. 한중, 한일, 중일간에 공히 역사문제와 영토문제가 잠
재적 갈등요인으로 상존하고 있다. 한 중 일 삼국만 고려하더라도 이같이 사
정이 복잡하다. 게다가 북한이나 러시아와 몽골을 포함시켜 생각한다면 문화
적 정체성 문제는 대단히 복잡해진다. 역내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자국중심주
의적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문화적 상대주의와 개방주의를 채택해야 한다.
경제적 번영과 평화라는 가치도 개방과 타인에 대한 이해심과 포용 노력이 없
이는 얻기가 힘들다. 동북아에는 문화적 정체성을 과거로부터 재창출하기보
다는 새롭게 만들어가야 하는 측면이 더 강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와의
화해, 현재에 대한 성찰, 미래세대의 인적•문화적 교류의 촉진이 필요하다. 개
방과 쇄신, 협력과 상생, 평화와 공동번영이 가져다 줄 밝은 미래에 대한 믿음
을 가질 때 문화적 정체성이 높아진다.
근년에 대중문화 분야에서 역내 상호교류가 매우 활발하다. 이는 미래세대
를 하나로 묶는 데 크게 이바지한다. 어느 한 국가로 치우치지 않고 진정으
로 상호 교류하는 그런 방향으로 대중문화의 교류가 증폭되어야 할 것이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1990년대 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 한류’ 현상이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중국이나 일본에 대단한 호응을 얻으면서 확산되고 있다.
드라마를 시작으로 대중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한류가 확산되고 있다.
많은 논자들은 ‘ 한류’ 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주목하는 경향을 보인다. 경
제적 효과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아마도 보다 중요한 점은 문화교류로서
의 ‘ 한류’ 가 갖는 의의일 것이다. 즉 ‘ 한류’ 도 상호이해와 소통 증진 차
원에서 접근할 소지가 많다는 말이다. 한 중 일 문화콘텐츠의 공동개발 사업
같은 것도 문화교류와 협력의 좋은 예가 될 것이다. TV드라마를 기획 단계
에서부터 한 중 일 삼국 시청자를 염두에 두고 공동 제작하는 것은 큰 파장을
남길 수 있다. 배우는 물론이고 공동제작진이 참여함으로써 소통하고 교류하
는 공동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소재도 공감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해내
고 대사도 삼국 언어로 하되 자막 처리를 하면 충분할 것이다.
2004년은 한중간에 고구려사 문제를 두고 갈등이 표출되어 한국민에게 중
화주의를 추구하는 중국, 대국주의 지향의 중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계
기가 되었다. 양국간에 잠재하는 갈등요인이 드러난 결과 가운데 하나다.
한중간에는 미래에도 역사 분야에서 갈등이 있을 것이 예견된다. 한중간 문
화교류에는 일종의 원칙이 필요하다. 사안이 생길 때마다 양국이 같이 우왕
좌왕하는 것은 협력동반자관계를 지향하는 양국의 목표에 이바지하는 길이 아
니다. 한일간에도 교과서 문제를 두고 빈번하게 갈등이 표출되고 그때마다
양국간에 쌓았던 연대감이 훼손되는 불행이 반복되고 있다. 2005년은 4년
주기의 일본역사교과서 검정의 해로 한일간에 역사왜곡을 두고 갈등이 재현될
소지가 높다. 특히 역사적 상징성이 높은 금년에 우정을 한 단계 높여도 부
족할 일인데 교과서왜곡 문제가 불거진다면 그 부정적 파급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되어 우려되는 바가 많다.
역사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사안으로서 학술차원에서 장기적으
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역사는 학술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한 중
일 역사학자와 문화예술가들간의 활발한 교류와 자성적 역사관에 입각한 공동
의 역사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주권과 영토는 나눌 수 없으되 역사는
공유할 수 있다는 발상이 필요한 것이다. 그 일환으로 무엇보다도 동북아 공
동의 역사를 다시 쓰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미래세대의 교육에 꼭
필요한 일이거니와 부가적으로 동북아 지식인사회를 한 데 아우르는 데 이바
지할 수 있다. 정치 논리에 의해 역사가 왜곡되게 활용되고 그래서 지역적
정체성 형성에 장애가 되는 악순환을 제거하기 위해 동북아 공동의 역사를 쓰
고 교육하는 과제를 반드시 이루어야 할 것이다.
공존의 질서 구축이라는 장기적 목표아래 사회문화교류 차원에서 화해의 원
칙, 장기대응의 원칙, 분리의 원칙, 공유의 원칙을 제시할 수 있다. 화해를 기
본으로 삼고 장기적으로 대응하며 역사문제를 기타 현안과 분리시켜 다루며,
무엇보다도 일국적 관점이 아니라 지역공동의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원칙이다.
한 중 일 삼국이 원칙에 합의하면 기타 구체적 정책과 대응은 그때 그때 대화
를 통해 세워나가면 되는 일이다.
한 중 일 삼국의 세계사 교과서는 서구중심적 역사관을 기초로 서양 역사
위주로 치중되어 있다. 지식구조의 여러 분야에서 유럽중심주의는 근본적 도
전을 맞이하고 있는데 동북아에 공존의 질서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유럽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근대 역사관을 바로잡는 일이 중요하다. 균형된 의미에
서 ‘ 아시아의 복원’ 이 일어나야 하며 그에 따라 근대역사상이 바뀌어야 한
다.


3. 맺음말


이 논문은 동북아지역 공동체 건설을 위해 경제통합, 안보협력, 인프라구축
및 환경협력, 사회문화교류협력 등 네 영역을 중심으로 어떤 과제를 어떤 방
법으로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해 검토해 보았다.

첫째, 경제통합 차원에서는 점증하고 있는 역내 교역과 투자 및 노동력의
이동 현상을 주목하면서 통합이 이미 실질적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제도화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 가운데 FTA문제와 동북아개
발은행 창립 과제를 다루었다.

둘째, 안보협력 차원에서는 기왕에 안보협력이 미진했던 원인들을 분석하고
그들을 극복할 방안 제시와 더불어 동북아에 형성되고 있는 다자주의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동북아다자안보협의체의 창설 과제를 제안
했다. 현재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6자회담을 동북아안보협의체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았다. 분위기가 무르익는다면 동북아정상회담을
창설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가능성을 제기했다. 동북아 안보협력
에서 결정적 이슈는 북한이며, 한반도 분단상황이라는 문제의식아래 한반도
평화정착 과제를 부각시켰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를 실현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를 다지고 그것이 동북아의 평화로 연결되는 방
향으로 역내 모든 국가들이 협력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셋째, 동북아 통합운송망 구축과 에너지협력 및 환경협력에 대한 여러 방안
들을 검토하였다. 교통망, 송유관,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사업은 국경을 초월
한 인프라 구축 사업이기 때문에 다자주의와 지역주의 증진에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차원에서 공동체 건설 있어 심대한 의의와 파장을 갖는다. 아울러 인
프라 구축사업은 모든 참여 행위자들에게 이득이 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장애
만 제거하면 경제성의 논리에 따라 진전시킬 수 있는 성격을 띠고 있다. 이
분야와 관련해서도 북한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는데 북한이 현재와 같이 봉쇄
된 채로는 동북아 협력사업을 펼치는 데 결정적 장애물이다. 에너지협력 분
야만 보더라도 북한에너지문제를 동북아 협력의 틀속에서 접근하여 북한을 동
북아 지역체제에 통합시킨다는 문제의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넷째, 사회문화적 교류협력의 증진을 통한 지역 정체성 제고 문제를 다루었
다. 우리 모두가 일국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면 지역주의의 토대가 자리잡
기 어렵고 지역주의가 발전되지 않으면 지역 공동체 건설은 가능성이 아예 없
어진다. 동북아에는 불행한 과거사와 냉전구조의 잔존으로 상호불신과 인식의
격차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는 다양한 교류와 소통 사업들을 펼치면서 극
복해갈 수밖에 없다. 특히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면서 문화콘텐츠의
공동개발, 역사의 공유 가능성 모색 방안을 제시했다.

통합론은 일반적으로 기능적 접근에 이론적 토대를 두고 있다. 이 논문 역
시 기능적 접근 경향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경제협력, 문화 교류, 인적 왕래
의 증진을 통해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다는 방안들이 기능적 접근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기능적 접근이 공동체 건설론에 일정 정도 기여하는
바가 있지만 기능적 접근의 한계가 있다는 점도 분명하게 밝히고자 한다. 특
히 동아시아나 동북아와 관련하여 담론적 접근과 구조적 접근을 부단히 상기
하면서 통합론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중 일 삼국에는 민족주의 담론이 여전히 우세하다. 민족주의는 통상
국가주의와 결부되기도 한다. 대국이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에 기대면 대국주
이가 되고 거기다가 패권적 열망을 품는 순간 패권주의로 탈바꿈한다. 일부
논자들은 민족주의를 우려하고 탈민족주의 담론을 펼쳐 정치적 이념으로서의
민족주의 해체를 주장하기도 한다. 이 담론은 민족주의를 지역 정체성 형성
과 공동체 건설에 지체를 초래하는 주범이라고 분석한다. 이들은 일국적 발
상을 넘어 공간적으로 보다 넓고 시간적으로 미래지향적인 인식을 동북아 공
동체 건설의 필수로 본다.
구조적 관점은 이 지역에 유지되고 온존하고 있는 냉전구조를 주목한다.21)
냉전기간에 지역을 파편화시킨 적대적 대립관계의 유산이 청산되지 않은 채
이런 저런 형태로 재생산되는 현실을 강조한다. 문제는 냉전이라는 것이다.
냉전구조의 청산이 공동체 건설의 전제조건이 되는 셈이다. 특히 미국의 패
권적 영향력 문제와 미일동맹구조 강화가 부각되는 데 일본의 과거사 청산 미
흡이나 민족주의로의 회귀 등도 공통적으로 냉전구조가 온존하는 탓이라는 주
장이다.
동북아에서 평화와 공존의 지역질서가 정착되지 않는 데는 분명 구조적 차
원에서의 냉전구조 잔존문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고 민족주의
담론 역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구조적이고 의미론적인 차원의 장애를
대면하면서 극복의 노력을 쏟아야 하는 것이 동북아론자들의 과제이자 고민이
다. 그런데 지금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화해, 소통, 교류, 협력일 것이
다.




작성자 : 李洙勳 (慶南大 北韓大學院 敎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