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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와 압력의 북핵해법과 6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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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2-09 오후 1: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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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와 압력의 북핵해법과 6자회담 >


1. 대화와 압력의 북핵해법

북핵문제와 관련한 북한과 미국의 갈등은 협상에 임하는 기본 관점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미국은 반테러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이라는 세계전략에 따라 북한을 다루고 있는 데 비해, 북한은 생존전략 차원에서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카드를 활용해서 북-미 적대관계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우려사항’ 해소 요구와 북한의 미국에 대한 ‘대북 강경적대시정책 포기와 체제보장’ 요구 등과 관련한 현안문제의 일괄타결이 이뤄지지 않는 한 북-미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북핵해법과 관련해서 두 개의 흐름이 존재한다. 하나는 미국 주도의 ‘대화와 압력의 병행원칙’에 입각한 북핵해법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과 중국 주도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원칙’에 따른 북핵해법이다. 2003년 5월과 6월에는 주로 미국 주도의 대북 압력공간이 넓어졌다면, 7월부터는 중국과 한국 주도의 대화국면이 열리고 있다.

2003년 5월과 6월,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 한․미․일 3국 등 국제사회는 일련의 정상회담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를 갖고, ‘대화와 압력의 병행원칙’에 따라 북핵문제를 풀어나갈 것에 합의했다. 한미정상회담(5월 14일)과 미일정상회담(5월 23일) 그리고 한일정상회담(6월 7일)에서 한․미․일 3국이 합의한 북핵해법은 ‘대화와 압력의 병행전략’이다. 한․미․일 3국은 북한 핵문제를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법으로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되,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와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강행 등 ‘금지선’을 넘을 경우 ‘추가적 조치(further steps)’ 또는 ‘보다 강경한 조치(tougher measures)’ 등 대북 압박을 취할 것에 합의했다.

일련의 정상회담 이후 한․미․일 3국은 2003년 6월 13일 호놀룰루에서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를 갖고, G-8 정상회담 및 최근 한미, 미일, 한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합의한 ‘대화와 압력의 병행원칙’에 따라 북핵문제를 풀어나갈 것임을 재확인했다.
TCOG회의에서 한․미․일 3국이 합의한 북핵해법은 네가지다.

TCOG 공동보도문 전문 참조(ꡔ연합뉴스ꡕ, 2003. 6. 14).

첫째, 북핵불용원칙의 재확인과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다자대화를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다. 둘째,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 경우 국제사회와의 관계개선 및 주민생활 개선 기회를 제공할 것임을 강조했다. 셋째, 외교가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종결을 가져올 것이며, 이로 인해 한반도 및 이 지역의 안보와 번영의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을 재확인했다. 넷째, 마약밀매, 위폐사용 등 위법행위 종식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다섯째, 공동 보도문에는 적시하지 않았지만, 경수로 공사의 중단 가능성을 언급하는 한편, 북한을 대화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초보적 단계의 유인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컨대 TCOG 회의의 북핵관련 합의는 최근 한․미․일 간의 일련의 정상회담을 통해서 합의한 ‘대화와 압력의 병행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대북 압박의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미․일 3국은 TCOG 회의를 통해서 북한의 3국 및 국제사회 전체와의 관계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종식시키기 위해 즉각적이고 검증가능한 조치를 취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재강조하였다.

이와 같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대북 제재와 봉쇄를 본격화해 북한 지도부를 압박하여 대량살상무기(WMD)개발을 막으려 한다. 이미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북한의 무기수출과 마약 밀거래 등 불법적인 외화획득에 대한 저지에 나섰다. 미국은 북한의 의심스런 해상수송을 추적해 검사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2003년 6월 1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11개국 정부 국장급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구체안을 마련했다. 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는 미사일 등을 실은 선박이나 항공기를 공해상이나 우방의 영해 영공에서 압수수색하는 국제공조체제다. 따라서 향후 북한의 무기판매, 마약밀매, 위폐사용 등을 통한 외화획득은 어렵게 됐다.

최근 호주가 북한선박 봉수호를 수색하여 마약 밀수출을 적발하고, 일본이 북한 선박 만경봉호에 대한 ‘안전검사’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미국과 동맹국들의 북한에 대한 ‘선택적인 저지(selective interdiction)’를 통한 ‘사실상의 경제제재’는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이른바 ‘불량국가’로 낙인찍히고,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가로 묶여있는 북한은 대외경쟁력이 있는 상품이 거의 없어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정상적인 교역이 어렵다. 9․11테러 이후 이른바 ‘불량국가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감시가 강화되고 있는 데다 최근 미국과 동맹국들의 대북 압박이 가중돼 정상적인 거래수단들을 통한 외화획득도 어렵게 됐다.
2002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계획경제개선조치 등 일련의 정책전환 실패에 따른 리더십 위기, 내부자원의 고갈과 외부감시의 강화에 따른 경제위기 심화, 사회일탈 행위의 급증 등 북한체제의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방세계의 대북 봉쇄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북한의 체제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문제를 조기에 해결하지 못하면 ‘내부폭발(implosion)’로 이어질 수도 있는 심각한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한․미․일 3국이 일련의 정상회담을 통해서 ‘대화와 압력의 병행전략’이란 북핵해법에 합의했지만, 한국은 대화에, 미국과 일본은 압력에 비중을 두면서 대북 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정책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2003년 7월 7일 노무현 대통령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는 한․중 정상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한반도의 비핵화 지위가 확보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리고 정상회담에서 한국측은 북한 핵문제가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완전히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중국측은 북한의 안보우려가 해소돼야 한다는 점을 주장했다. 이와 같이 한․중 정상은 북한 핵문제를 대화를 통해서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한․중 정상회담에 이어서 7월 12일 열린 제11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과 북은 최근 한반도에 조성된 정세에 우려를 표시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핵 문제를 적절한 대화의 방법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한․중정상회담에서 “북경회담으로부터 시작된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 나가기로 한 데 이어,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핵 문제를 적절한 대화의 방법을 통해서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압력 쪽으로 치닫던 북핵해법을 대화 쪽으로 비중을 옮겨놓았다.

한국과 인접국가들의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노력이 결실을 거둬 남북한과 주변 4강이 참여하는 6자회담이 성사됐다. 6자회담이 성사됐다고 해서 북한 핵문제가 조기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2. 6자회담 평가와 과제


한국 등 관련국가들의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노력이 결실을 거둬 남북한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강이 참여하는 6자회담이 2003년 8월 27-2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북핵문제의 구조적 성격을 고려할 때 6자회담이 성사됐다고 해서 북핵문제가 조기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위기로 치닫던 북핵위기를 일단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화 틀을 마련했다는 데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베이징 6자회담은 대화지속을 통한 이견조율, 가능한 빠른 시일내 차기회담 재개, 추가적인 상황악화 조치 금지, 북핵 문제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 북한 안보우려 해소, 동시병행을 통한 해결 등 6개항에 합의하고 폐막했다. 공동성명 대신에 주최국 요약 형식으로 회의 결과를 발표한 것은 회담의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과 미국이 기존의 입장을 고수․재확인함으로써 의미있는 합의 도출을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2년 10월 북한 핵개발 의혹이 다시 불거진 이후 미국은 ‘선 핵포기 후 대화’ 입장을 견지하면서 북한과의 직접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미국은 2003년 5월과 6월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과의 협의를 거쳐 ‘대화와 압력의 병행원칙’에 입각한 북핵해법을 마련하고, 한편에서는 무기수출, 마약밀거래 등을 봉쇄하는 ‘선택적 저지’를 통한 대북 압박을 취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다자회담 틀에 북한이 나올 것을 촉구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의 전통적 우방들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으로 북한이 6자회담에 응함으로써 북핵해결의 새로운 대화 틀이 마련됐다. 제1차 6자회담의 성과라면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추가적인 상황악화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한 것

북한은 기조발언에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우리의 총적 목표이다. 핵무기 그 자체를 가지고 있자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조선반도 비핵화는 우리의 발기이고 그를 실현하자는 것은 일관한 입장이며 전체 조선민족의 갈망이다”라고 밝혔다.

과 관련 국가들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핵해법과 관련한 북-미간 이견의 차이가 보다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핵해법과 관련한 미국과 북한의 입장차이는 단순화해서 말하면 미국의 ‘입구론’과 북한의 ‘출구론’의 충돌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입구론적 해법은 ‘선 핵포기, 후 체제보장 및 관계정상화’다. 미국은 북한이 핵계획을 먼저 포기해야만 안전담보문제와 경제협력문제를 논의할 수 있으며 북한이 핵계획을 완전히 포기한 다음에도 쌍무관계를 정상화하려면 미사일, 상용무력(재래식무기), 인권 등 기타 문제들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6자회담 중 미국은 그들의 목표가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과 한반도 핵무기의 완전하고 입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종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북한의 출구론적 북핵해법 논리는 ‘선 대북 적대시정책 전환, 후 핵 억제력 포기’다. 북한이 이러한 논리를 펴는 근거는 북핵문제를 북-미 적대관계의 산물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북-미 적대관계가 지금까지 유지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자위적 정당방위 수단’으로, 또는 생존전략 차원에서 ‘핵 억제력’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이 대북한 적대시정책을 바꾸고 위협하지 않는다면 북한도 핵계획을 포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북한은 2003년 8월 13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 6자회담에 임하는 취지를 다음 세가지로 명백히 했다. 첫째로 미국의 대북한 적대시정책 전환의지를 명백히 확인하자는 것, 둘째로 서로 공격하지 말데 대해 법적으로 담보하는 북-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는 것, 셋째로 미국이 대북한적대시정책을 포기하기 전에는 ‘조기사찰’이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것 등이다.

북한은 “한반도에 전쟁위험을 조성하고 있는 유일한 요인은 조미적대관계이며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의 대북한적대시정책 전환이 북핵해결의 선결조건이라고 하면서, 그 징표(판단기준)로 북-미간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불가침조약 체결, 북-미 외교관계 수립, 북한의 다른 국가들과의 경제협력 방해 금지 등을 들고 있다.

요컨대, 북한은 ‘선 미국의 대북한적대시정책 전환, 후 핵 억제력 포기’ 란 입장을 정하고, 미국의 정책전환조치들과 핵문제의 해결조치들을 ‘동시행동원칙’에서 실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고 받기식’ 회담방식으로 문제해결의 방도를 진지하게 토의 할 것을 요구했다.
제1차 6자회담에서 북한은 ‘미국의 대북한 적대시정책 포기 대 북한의 핵계획 포기’를 목표로 세우고 이를 위한 모든 조치들을 일괄적으로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단계별로 이행해 나갈 것을 요구하면서 ‘일괄타결도식’과 ‘동시행동순서’를 제시했다. 북한은 제1차 6자회담에서 ‘미국의 대북한 정책 전환의사 대 북한의 핵 포기 의사’ 표명 정도라도 합의가 이룩되어 모처럼 마련된 대화과정이 계속 이어 지기를 기대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

( 북한이 밝힌 일괄타결도식은 “미국은 조미불가침조약을 체결하며, 조미외교관계를 수립하며, 조일, 북남경제협력실현을 담보하며, 경수로제공지연으로 인한 전력손실을 보상하고 경수로를 완공하며, 조선은 그대신 핵무기를 만들지 않고 그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며, 핵시설을 궁극적으로 해체하며, 미싸일시험발사를 보류하고 수출을 중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

( 북한이 밝힌 동시행동순서는 “미국이 중유제공을 재개하고 인도주의 식량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조선은 핵계획포기의사를 선포하며, 미국이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 전력손실을 보상하는 시점에서 조선은 핵시설과 핵물질동결 및 감시사찰을 허용하며, 조미, 조일외교관계가 수립되는 동시에 조선은 미싸일문제를 타결하며, 경수로가 완공되는 시점에서 조선은 핵시설을 해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ꡔ조선중앙통신ꡕ, 2003. 8. 30). )

북한은 미국의 정책전환 대 북한의 핵포기문제를 ‘말 대 말로’ 정책의지를 밝히고 이후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단계별 일괄타결 형식으로 핵문제를 풀어나가려 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거부하고 북한이 핵계획을 포기한 다음에야 관계정상화를 목표로 한 미사일, 상용무력, 위조화폐, 마약거래, 테러, 인권, 납치 등 문제들에 대한 북-미 쌍무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북한이 밝힌 바에 의하면 미국대표단 단장인 국무성 차관보 제임스 켈리는 “미국의 목표는 북조선(북한)의 핵무기계획을 가시적인 검증에 의해 완전하게 불가역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북조선(북한)이 핵무기계획을 검증 가능하게 불가역적으로 완전히 포기하여야 안전담보와 정치․경제적 혜택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하였다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의 ‘선 핵포기’ 요구를 ‘무장해제’로 인식하면서 반발했는데,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선 핵포기 요구에 이어 양국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미사일, 재래식무기, 인권 등의 문제들까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기존의 ‘선 핵포기’ 주장보다 더 후퇴한 날강도적인 요구조건”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같이 북한은 이번 회담을 그들의 기대와는 너무 어긋나는 탁상공론에 불과하였으며 오히려 그들의 무장해제를 위한 마당이 되고 말았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북한은 “이런 백해무익한 회담에 더는 그 어떤 흥미나 기대도 가질 수 없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6자회담의 결과에 대해서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선 북한 핵계획의 포기 등 대북 강경책이 조금도 변함이 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불량국가’, ‘악의 축’이기 때문에 먼저 무기를 버려야 ‘정상국가’인 미국, 일본, 한국 등과의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2003년 8월 29일발로 6자회담 각국 기조발언 내용을 공개하고 미국이 그들의 제안을 외면한 것은 “미국이 <선 핵포기>만을 구태의연하게 고집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적당한 기회에 우리를(북한을) 무력으로 압살하려는 기도를 버리지 않겠다는 것으로밖에 달리 판단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경우 우리도(북한도) 핵 억제력을 포기할 수 없으며 강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 2003. 8. 30.

미국 국무부가 6자회담이 끝난 뒤인 8월 29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은 “다자간 과정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목표쪽으로 진전을 이울 수 있다는 공감대가 참가국들간에 형성된 데 대해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다자회담의 이점 중 하나는 북한이 상대방에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보낼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번 회담 중에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인정”했지만, “위협이나 공갈에 대응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미국의 최우선 목표를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고 입증 가능한 제거”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미국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서 “본질에 있어서 우리가(북한이) 생명처럼 귀중히 여기는 자주권 수호를 위한 자위권을 포기하고 맨손 들고 나앉아 저들의(미국의) 희생물이 되라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은 미국의 이러한 요구를 북한에 대한 “무장을 해제하고 굴복하라는 강도적 요구이며 서로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적대관계의 타방에 먼저 총을 놓으라는 것이나 같다” 고 반발했다.

한편 한국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북핵해법은 단계별․포괄적 동시이행방안이다. 3단계로 이뤄진 한국정부의 북핵해결 로드맵은 1단계(현상동결)에서 북한이 핵재처리 중단,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핵 전면폐기 의사를 밝히면 한․미․일이 대북 불침공 의사를 확인한 뒤, 2단계(원상회복)에서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핵계획 폐기 개시,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2002년 10월 이후 추출된 플루토늄 폐기 개시를 실행하면 3국 공동명의로 대북 안전보장을 선언하고 이를 중국과 러시아가 연대보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3단계(포괄적 해결)는 북한이 핵시설 폐기․검증, 국제 군비통제체제 가입, 인권개선, 반테러협약 가입 등의 조치를 취하면 미국은 의회의 결의로 대북 안전보장을 보강하고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고 대규모 경제 및 에너지를 북한에 지원하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6자회담에서 중국은 “불가침조약 체결문제는 조미 직접대화를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조선반도 비핵화와 조선측이 제기한 안보 우려는 동시에 해결되여야 하며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계기로 조선반도에 평화체계를 수립함으로써 공고한 평화를 실현해야 한다.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북남의 근본이익과 동북아시아 안정수호에 유리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6자회담 직후 중국측 수석대표인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이 9월 1일 “미국의 대 북한 정책이 한반도 핵위기 해결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측의 이같은 반응은 미국이 6자회담 기간 북한을 설득할 만큼 뚜렷한 북핵 해법을 내놓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에서 러시아는 “조선반도에서 긴장격화를 해소시키기 위한 긴급대책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호상(상호) 조치들을 일괄적으로 작성하여《노정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며, “러시아는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며 모든 지역 나라들을 위한 믿음직한 안전을 유지하고 호혜적인 협조를 발전시키는 데 이해관계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에서 일본은 “핵문제와 함께 미싸일, 납치문제가 포괄적으로 해결되여야 한다”고 하였다. 북한은 일본이 “이미전부터 이번 회담의 총적목표를 랍치문제해결에 두고 그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를 얻기위해 청탁구걸외교를 대대적으로 벌리였다”고 주장했다.

2003년 10월 2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를 가동하고 8,000여대의 폐연료봉에 대한 재처리를 성과적으로 끝냈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와 핵무기보유 등을 주장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이로써 6자회담 이후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북핵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북한의 주장대로 “플루토늄을 핵억제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용도를 변경시켰다”면 ‘추가적인 상황악화 조치’로 볼 수 있다.

2003년 5월과 6월, 한․미․일 3국은 ‘대화와 압력의 병행원칙’에 따라 북핵문제를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법으로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되,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킬 경우 ‘추가적 조치’ 또는 ‘보다 강경한 조치’ 등 대북 압박을 취할 것에 합의했다. 3국이 상황악화 조치의 내용과 ‘금지선’을 넘는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 등 핵무기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강행 등을 금지선을 넘는 경우로 상정하고 있는 듯 하다.

북한의 폐연료봉 재처리 완료와 용도변경 주장에도 불구하고 한․미․일 등 국제사회가 이번 북한 외무성의 담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추가적 조치 등 대북 압박을 구체화할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분석가들은 북한이 강경한 수사를 적대적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한 부시대통령은 북핵위기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공언을 단념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핵억제력 강화를 들먹이면서 다시 위기조성전술을 구사하는 데는 제1차 6자회담과 그 후에 보인 미국의 대북 강경입장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북한은 제1차 6자회담에서 북핵해법과 관련한 북한과 미국의 첨예한 입장 차이를 다시 확인함으로써 이 문제해결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북한은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폐연료봉 재처리 등을 언급하면서 위기조성을 통한 현안문제의 조속한 일괄타결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러한 위기조성전략의 배경에는 시간이 결코 그들 편이 아니라는 데 있다. 북핵문제가 장기화하면 북한의 체제위기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여러 차례에 걸쳐 비슷한 발언을 하면서 위기조성전략을 구사하는 데는 이번 기회가 북-미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김정일 정권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절박한 내부사정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한편, 이라크전쟁의 수렁에 빠져 있는 미국은 북한의 위기조성전략에 대해서 ‘때론 무시하고 때론 과장’하면서 시간벌기를 하고 있는 듯 하다. 미국은 ‘불량국가’인 북한이 ‘정상국가’인 미국과 대화하려면 먼저 핵포기 등 무장해제를 선행할 것을 요구하면서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과 관련한 대북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그들이 요구한 대북한 적대시정책을 전환하지 않고 대북 압박을 지속하자 이를 북한에 대한 체제부정 또는 김정일정권 교체 등으로 인식하고 ‘핵억제력 카드’를 다시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서는 북한의 핵보유 또는 핵실험 등 핵관련 추가 활동이나 미사일 시험발사 등의 ‘추가적 상황악화 행동’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미국 또한 경수로 공급중단, PSI 등과 관련한 대북 압박 등 북한을 자극하는 ‘추가적 조치’를 취하는 데 신중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핵문제의 조속한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지만, 만약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경수로 공급을 중단하는 등 국제사회가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경우 북한은 이에 반발하여 추가적인 상황악화 조치를 ‘수사(修辭)’가 아닌 ‘행동’으로 옮기는 위기조성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연히 북핵문제의 악화는 남북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6자회담에서 북한 핵문제가 조기에 해결되려면 한․미․일 등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로드맵을 만들고 이를 단계별 동시병행원칙에 따라 현안문제의 포괄적 일괄타결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제1차 6자회담에서 북핵해법과 관련한 북한과 미국의 첨예한 입장 차이를 다시 확인함으로써 이 문제해결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단할 수 있다. 북핵문제가 장기화하면 북한의 체제위기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시간은 결코 북한편이 아니다. 이번 기회가 북-미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김정일 정권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1993-94년 핵위기를 넘기면서 마련한 북-미 적대관계 해소의 절호의 기회를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놓쳤다. 그 후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어렵게 마련한 2000년 말의 기회도 미국 공화당 정권의 출범으로 무위로 돌아갔다.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북-미 적대관계 해소 노력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북한은 생존의 ‘중심고리’를 북-미 관계개선에 두고 ‘엄혹한 시련의 연대’를 보냈지만, 이제는 잃어버린 10년이 되고 말았다.

지난 시기의 노력이 아까워 2002년 10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핵모험’을 다시 시작했지만, 9․11 테러 이후 미국은 과거와는 다른 미국으로 다시 태어났다. 반테러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을 국가목표로 정한 부시행정부는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있어 타협을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과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의 예에서 확인했듯이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이를 ‘불량국가들’과 테러지원 단체로 확산시키는 정권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무력을 동원한 정권타도를 공공연하게 추진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기독교 근본주의 세계관에 따라 선과 악을 구분하고 악을 타도하기 위해서는 유엔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도 ‘선제공격’ 등 전쟁을 통한 ‘악의 축’ 제거를 수행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유일패권국가로 부상한 미국이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일방주의 외교를 펼치는 일면을 이라크전쟁 등을 통해서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북한은 북-미 적대관계 해소를 생존의 중심고리이자 개혁․개방의 전제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중국은 이미 1970년대 초에 북-미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78년 덩샤오핑 등장 이후 개혁․개방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30여년 전에 해결한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북한은 아직도 풀지 못하고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북한 핵문제가 ‘북-미 적대관계의 산물’이라고 할 때 북핵문제 해결은 북-미 적대관계 해소의 긴 과정의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북핵문제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성격을 가진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6자회담에 임하는 참여국들이 회담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면 난항에 빠질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핵문제의 장기화에 대비한 핵문제 해결과 기타 현안문제의 분리추진이 불가피할 것이다.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되, 북핵문제의 장기화에 대비하여 북핵문제와 기타 남북현안을 분리하여 남북관계 진전을 통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 출처 : 코리아스코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