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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정권의 출범과 한반도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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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5-07 오전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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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권의 출범과 한반도 정세

국제사회의 우려와 포기 요구‧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결국 지난 4월 13일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이례적으로 미사일 발사 3일 만인 16일에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strongly condemn)”면서 “이번 미사일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한 안보리 결의 1718호 및 1874호에 대한 심각한 위반임을 강조한다” 는 것과 함께 “이번 발사가 역내에 중대한 안보 우려를 초래했음을 개탄한다(deplore)”는 내용의 의장성명을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또한 안보리는 북한에 대해 모든 핵무기 및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의 폐기(CVID)와 모든 관련활동의 중단 등 기존 안보리 결의에 명시된 의무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준수도 요구했다. 물론 북한은 17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안보리 의장성명을 전면 배격하고, 미국이 적대행위로 깨버린 ‘2.29 북미 합의’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문제는 이러한 김정은 정권의 도발명분 쌓기가 제1, 2차 핵실험 때처럼 ‘미사일 발사→국제 제재→반발 핵실험’ 틀에 따른 제3차 핵실험 강행 위협을 통해 한반도 정세를 심각한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에 있다. 더욱이 북한은 최근 미사일 발사 실패가 마치 우리 탓인 것처럼 ‘통고’ 형식의 ‘대남 특별행동 개시’를 통해 강도 높은 대남협박을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우리는 적어도 두 가지 궁금증을 갖게 된다. 왜 북한은 이 시점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하려고 하는가? 또한 김정은 정권은 어떤 선택을 하고 북한은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우선 북한의 행태와 관련해 한 가지 주목할 점은 2006년 1차 핵실험 때보다 2009년 2차 핵실험 때 미사일 발사에서 핵실험까지의 진행속도가 빨라졌다는 사실이다. 또한 2008년과 2009년 사이 한국과 미국에서는 정권교체가 있었으며 북한 내부사정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 등으로 후계체제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김정일 사후 첫 해인 2012년은 이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가 다시 도래하였음을 의미한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 모두에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북한의 경우 김일성 출생 100주년이자 김정은 정권이 공식출범한 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체제안정이 최우선 과제인 김정은은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한 지 석 달 뒤에 김정일이 북미협상을 통해 ‘제네바 핵합의’에 도달했던 것처럼 김정일이 사망한 지 석 달 만에 ‘2.29 북미 합의’라는 대화의 길을 선택했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해 말 김정일 사망 직전 이루어진 잠정 합의의 틀에 기초하여 베이징 회담(2월 23‧24일)에서 6자회담 사전조치의 핵심사항인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의 가동 중단과 북한의 4‧15 소위 ‘태양절’을 앞두고 주민들을 달래기 위해 필요한 식량지원에 전격 합의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북한은 ‘2.29 북미 합의’에서의 약속을 어기고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였을까? 경험적으로 보면, 북한의 행태는 대체로 그들의 전략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계산된 선택과 모험에 따른 것이고, 그 선택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려는 집요한 책임전가의 수법에 따른 결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그들이 원하는 이익을 챙긴 뒤에는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새로운 위기를 만들어내는 ‘도발-대화’의 반복 패턴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은 발표문에 명기된 ‘24만t 영양 지원’을 챙기지도 못한 채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을 자초하는 결과만 초래하는 우매함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각별히 주목하게 된다.

현재 김정은 정권은 체제의 개혁, 개방을 선택하기 보다는 정치적 안정을 최우선과제로 삼고 내부통제강화를 통한 독재체제 유지와 이를 위한 대외강경책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9년 4월과 5월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가 대외 긴장상황을 유발시켜 김정일의 건강 이상으로 흔들리는 북한체제를 결속하고 권력재편 및 후계구도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계산된 모험이었음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그것은 선군사상을 끝까지 고수할 것과 함께 핵 및 장거리 미사일의 개발과 보유를 김정은에게 당부한 김정일의 ‘10‧8 유훈’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일 사후 북한이 최근 제4차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김정은을 ‘제1비서’와 ‘제1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여 당‧정‧군 3권을 장악하게 함으로써 권력승계를 마무리했음에도 불구하고, ‘2.29 북미 합의’ 이후 군부의 외무성 견제 속에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사실에서 아직은 김정은이 김정일과 같은 절대 권력자가 되지 못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러한 김정은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북한 지도부는 김정일 유훈의 집행관인 조직담당 비서 김경희와 후계구도의 집행관인 정치국 위원 장성택 등을 중심으로 후견인 그룹을 포진시키고 있다. 다만 문제는 북한체제의 정점으로서의 김정은을 만들어준 선군정치를 포함한 김정일의 유훈이 역설적으로 김정은에게는 안정적 리더십과 변화가능성을 가로막는 잠재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있다. 선군정치는 김정일 정권을 지탱해 온 기둥임에 틀림없지만, 북한의 경제발전 가능성과 미래 사회의 안정 가능성을 크게 훼손한 면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처럼 최고지도자가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 체제하에서 김정은 리더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대한데, 전문성이 부족한 김정은과 노련한 군부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가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중국의 영향력 확대도 대중의존도 심화에 따른 위험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김정일이 계속 핵 협박게임을 통해 미국과 한국을 한반도상의 게임 판에 끌어들이려는 것도 대중국 의존도 심화의 위험성을 상쇄시키려는 김정일의 의도가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최근의 연구는 주목할 만하다. 그 점에서 우려되는 것은 중국이 과거보다 북한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경우 이를 견제하기 위해 김정은 정권이 ‘김정일 유훈’ 아래 핵 협박게임을 지속할 공산이 클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한반도 정세의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집착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체제수호와 외부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인식함으로써 핵보유국으로서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과의 핵군축협상 차원에서만 다룰 수 있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는 3대 세습을 정당화해줄 뿐만 아니라 2012년 목표인 사회주의 강성대국 진입의 상징이다. 따라서 향후 김정은 체제 하에서도 핵무기 포기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한반도 정세의 결정변수라고 할 북한의 핵 포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핵 포기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정학적 ‘관계’를 중심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분석해 온 전통적 접근의 한계를 뛰어 넘어 ‘역사 변화’라는 시간적 차원에서의 관점을 접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북한의 변화가능성에 대해 희망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2년의 한반도 정세는 유동성과 불확실성이 매우 커지는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반도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끼쳐온 미‧중‧일‧러 네 나라가 아시아로 돌아온 상황에서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시대를 이끌어갈 미․중의 국제적 영향력이라는 현실과 한반도 통일이라는 이상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 이는 지난 20년간 세계질서의 변화와 북한의 불변 사이의 간격을 좁힐 것인가의 문제로도 볼 수 있다. 우리가 역사의 흐름을 통해서 얻은 교훈은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처하는 국가만이 생존과 발전을 할 수 있으며, 역사에 영원한 예외란 없다는 점이다. 지난 60여년의 남북관계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도 북한의 변화 및 남북관계 진전의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고 비관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가능성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이냐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출처: 통일교육웹진, 2012년 5월호, 김동수(통일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