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일본인의 한국생활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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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8-04-21 오전 11:20:00
조회수
  1853

오가와 유지(小川裕司)

2005년 3월, 5년 동안 생활하던 시드니에서 서울로 전근 발령을 받았다. 업무상 지금까지 아시아, 유럽, 오세아니아 국가들은 친숙했지만, 행인지 불행인지 한국은 거의 미지의 나라였다. 기대와 불안이 섞인 심정으로 부임했는데, 마침 양국의 민감한 사안으로 인해 신문에서는 연일 반일 보도가 이어지고 있던 시기라, 솔직히 말해 조금은 우울한 기분이었다. 내게 있어 한국은 신세계로, 필시 임기 중에 여러가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생활하며 한국인들과 접하게 되자 매일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우선 출근 첫 날. 그때까지 호주의 아침 인사는 스치듯 지나가며 서로가 퍼스트네임 즉 성을 불렀는데, 한국에서는 복도에서 나를 본 직원들이 느닷없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해서 놀라고 말았다. 앉아 있던 비서도 재빨리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한국에서는 유교의 영향으로 연장자가 존경을 받는데, 나이들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비빔밥을 먹을 때였다. 대충 섞어서 먹으려 하자, 갑자기 뒷쪽에서 아주머니가 다가오더니 내 수저를 집어들고는 밥과 고명이 잘 섞일 때까지 비벼주었다. 이때 한국은‘융합의 문화’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거리의 찻집에서 옆자리에 앉은 연인들이 팥빙수 하나를 나오자 마자 섞어서 즐겁게 먹는 모습을 보았다. 일본에서는 작은 팥빙수 두 개를 주문해서 섞지 않고 한쪽에서부터 조금씩 먹는다. 한국분들과의 술자리에서 폭탄주로 하자는 말을 자주 듣는데 여기서도 위스키와 맥주를 섞는다. 친해지면 인간관계도 잘 융합해서 하나로 만든다.
그러고 보면 한국의 연인들은 사이가 좋다. 데이트하는 남성이 핸드백을 들어주는 광경을 자주 목격하는데, 일본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한국에서는 비가 오면 우산이 두 개라도 꼭 하나만 쓰고, 부부 싸움을 한 날도 한 이부자리에서 잔다는 말을 들었다. 언제나 두사람의 거리는 가깝다. 일본에서는 각자 우산을 쓴 연인들이 더 많고, 더블 보다는 트윈 침대가 많을 것이다. 그리고 싸운 날에는 각방을 쓰고 당분간 말도 안한다.
한국인들은 정이 깊은 사람들이 정말 많다. 일반적으로 목소리가 크고 희노애락이 분명하다. 친절을 강요한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는 내가 좋다고 생각한 일은 상대방에게도 좋다고 믿기 때문이리라. 한국인과 비교할 때, 일본인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에서든 개인주의적인 구석이 있어서, 예를 들면 사이 좋은 부부나 친구간에도 자신의 사생활을 조금은 남기고 지낸다는 느낌이다. 이러한 인간관계가 기분 좋을 때도 있고 서글플 때도 있다.
비빔밥을 먹는다. 뒤에서 아주머니가 갑자기 오지 않나 신경 쓰며 흰 밥을 조금 남긴다. 어쩌면 이 흰 부분이 일본인의 개인주의일지도 모르겠지만, 최근에는 어느 새 흰 밥까지 비비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주) 필자는 일본여행작가협회 정회원으로, 한국에서의 놀라운 체험을 사진 에세이 ‘난생처음’에 담아 한국 체재중 3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또한 3년간의 서울 체재를 마치고 2008년 4월부터 싱가폴에서 근무중이다. http://ogawayuj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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