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서정주 <신부>
작성자
  동 강
작성일
  2008-01-18 오후 7:11:00
조회수
  2059




신부(新婦) 서정주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

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

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

서 손으로 잡아다니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곤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40년인가 50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

만 풀고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아

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

삭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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